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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기

스타트업, 세무의 지겨움

소셜스토리텔러 2017. 7. 21. 09:57

작가 김훈의 수필 중에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글이 있다. 밥벌이를 위해 신성해야 할 노동이 소외되는 한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창업한 이후에 갈수록 '돈'이 지겨워진다. 난 정말 창업가로서, 사업가로서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돈돈돈' 하는 내가 싫어지고, 그런 생각을 계속해야 하는 것 자체가 지겹다. 


어제 세무, 회계 교육을 받았다.(아마도 어제 교육이 돈에 대한 지겨움을 더욱 강화시킨 것 같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원천세, 4대보험 등 협동조합 세무에 대한 필수적인 내용이었다. 


듣고 있는 동안 너무 갑갑했다. 절세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지식과 노력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냥 안하고 살고 싶지만,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잘 모르면 무조건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세무체계를 그렇게 짰겠지만, 세금을 내야할 항목은 명확했고,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불명확했다. 납부해야 할 세금은 자동으로 계산되지만, 환급받을 수 있는 비용 등은 스스로 증빙해 내야 하는 구조인 것 같다. 


절세를 위해(부가가치세나 법인세 비용처리를 위해) 일일히 고려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어떤 항목이 비용으로 인정이 되고,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서류를 미리 만들어야 할 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영역이 있기 때문에 세무사가 밥벌어 먹고 사는 거겠지'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어야 돈 주고 세무사에게 맡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재정구조상 세무사에게 맡길 수 없는 창업 초기에는 세무사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던지, 세금을 아예 물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을 벗어나면 더 많이 세금을 걷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은 돈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가들은 혁신을 한다. (뭐 혁신이 목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돈이라는 보상없이 혁신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드물다.)


하지만 세상을 혁신하고 진보시키는 것은 돈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나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세상을 혁신하고 진보시키고 싶다. (대상을 '세상'에 두니 너무 거창했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작은 공간부터 혁신하고 진보시키고 싶다.)


하지만 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과 진보는 쉽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기반으로 굴러가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할 수 없다. (돈을 벌지 못하면 기업은 망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소리다.) 그래서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혁신도 하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을 착취하기도 하고 탈세하기도 한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문제'와 '매출을 늘이는 문제' 중에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당연히 둘다 중요하지만, 비용을 줄이는 문제는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매출을 늘이는 문제는 혁신으로 이어진다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좀더 즐겁게 기업을 운영하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매출을 늘이는데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행위가 중요하고, 그 행위의 댓가로 돈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벌이가 목적이 된다면? 그건 사회적경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에서 창업을 접어야 한다. 그냥 일반 주식회사로 창업해서 돈 많이 벌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자본주의 시장이 몸에 안 맞는 사람이다. 


요즘 창업한 이후에 자본주의 시장이 몸에 맞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아마 그 사람들은 내가 신기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다수고, 나같은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소수라기보다 별종이다.) 


요즘 고민이다. 나같은 사람은 기업을 하지말고 그냥 비영리단체를 만드는 것이 맞나? 그렇다고 지원, 후원에만 의존하는 비영리단체도 몸에 맞지 않다. 결국 내가 활동할 곳은 사회적경제 영역인데, 사회가치 실현과 돈을 버는 활동을 결합시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넌센스다. 


아무튼 돈 생각만 하면 머리 아프고, 돈 생각은 하기 싫다. 

그래서 이렇게 길게 글을 늘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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