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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무서웠다. 우리 팀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알았지만,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으면서 욕심이 커졌다. 결국 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실망감을 키웠다. 


올해 5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2016소셜벤처경연대회. 처음에는 예선통과가 목표였다. '우리 창업 아이템과 맞는 대회일까' 의문도 들었지만, 예선 통과 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사전선발 대상만 되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경연대회 준비자체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동일했기 때문에 우리 팀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예선을 통과했다. 전국에 700여 개 창업아이디어 부문 참가 팀 중에 250여개 예선 통과 팀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강원.대전.충청 권역 32개팀 중에 2팀만 본선에 진출한다는 말을 듣고 사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 아이템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권역대회에 참여했다. 


권역대회를 통과했다. 그것도 1순위라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템에 대해 갸우뚱하던 사람들도 멋진 아이템이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사람들의 평가를 바꿨다. 


칭찬이 욕심을 키웠다. 욕심은 신기루를 만들어 냈다. 스스로 신기루에 갇혀 진짜를 보지 못했다. 전국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처음부터 우리 아이템과 맞지 않는 대회라는 인식이 옳았다.)


본선을 준비하며 간단했던 비즈니스모델이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1층 짜리 단단한 단독주택을 짓는 그림이었는데, 그 위에 2층, 3층을 올렸다. 


돌이켜보니 부실공사였다. 멋진 비즈니스모델인 것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튼튼히 채우지 못했다. 아직 3층짜리 건물을 지을 역량이 없었다. 1층을 지어보고 그 역량으로 2층을 올렸어야 했다. 애시 당초 창업 준비 과정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농촌 문제를 어필하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 반년 동안 매달린 일이었는데 빈손으로 서울에서 내려왔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얻은 것은 적지 않다. 하나씩 나열해보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비록 설계도는 완벽하지 않은 3층짜리 건물이지만.)  

- 지금 당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실망감에 빠져있을 때 웃으면서 버틸 수 있는 동료들, 팀웤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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