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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라는 단어는 가슴을 뛰게 합니다.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가치를 만들어내는 ‘소셜벤처’라는 말은 정말 멋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소셜벤처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창업 준비로 지치고 힘들 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소셜벤처 준비 팀과 이미 그 과정을 거쳐 실현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면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나만 이런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소셜벤처 경연대회 멘토링 캠프가 열린 양평 블룸비스타>

 

그런 자리가 바로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2016 소셜벤처 경연대회 멘토링 캠프’였습니다. 소셜벤처 권역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 진출했거나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에 사전 선발된 전국의 수십 개 팀이 모였습니다.

 

멘토링 캠프에 참가하기 전에 두 가지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아무리 혼자 고민해도 답을 못 찾던 의문이었죠. (참고로 제가 속한 팀은 농촌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로컬스토리’입니다.)


‘고객이 중요할까? 팀원이 중요할까?’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실현가능할까?’

 

KAIST 조성주 교수님, ㈜와디즈 신혜성 대표님 토크콘서트 시간,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문 : 스타트업 단계에서 중요한 고객의 요구와 팀원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딪혔을 때, 누가 더 중요할까요?

 

신혜성 대표 : 고객이 있으면 구성원을 다시 구할 수 있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성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악질고객일 때는 더욱 그렇죠.(웃음) 그 고객을 잃더라도 우리 사람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어요. 스타트업의 경우 아이디어를 실행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고객을 발굴해 나가면 되는 거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힘든 순간이 있으면 같이 시작했던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서로 의지해가면서 가는 것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 토크콘서트에 쏟아진 사진 질문지>

 

조성주 교수님 강의에서는 비즈니스모델의 실현가능성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 팀의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의 Needs(기능적 필요)와 Wants(심리적 욕망)가 무엇인지, 우리 팀의 비즈니스모델이 그것을 해결하면서 고객의 편익을 창출하는지 분석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 중요하다고 조 교수님은 강조했습니다.

 

‘로컬스토리가 만드는 농촌 콘텐츠를 누가 볼 것인가?’ 핵심질문을 놓치고 있었던 셈이죠. 전국대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 팀은 고객에 대한 분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 교수님이 강조한 ‘목표고객’과 ‘최우선거점고객’이 누구인지도 차츰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검증 단계에서 막혀 있던 부분이 뚫린 느낌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인사이트를 얻은 시간은 조별로 진행된 액션멘토링 시간이었습니다. 5~6개 팀을 한 조로 편성하고 각 조마다 실제로 소셜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멘토로 배치되었습니다.

 

<엑션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티팟 조주연 대표(왼쪽 세 번째)>

 

우리 조에는 시민참여형 공간디자인을 하는 사회적기업 ‘티팟’ 조주연 대표님이 멘토링을 해주셨습니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액션멘토링’ 시간에 조 대표님은 우리 조에 속한 소셜벤처 준비 팀의 아이템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의견을 주셨습니다. 우리 팀 ‘로컬스토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농촌콘텐츠가 모이는 온라인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플랫폼이 결합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농촌 콘텐츠를 창작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일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곳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작업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그런 공간. 로컬스토리가 농촌콘텐츠 분야에서 브랜드를 가지면, 그런 사람들이 충분히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도 사회환원 사업으로 단순하게 ‘농촌 청년들의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있었습니다. 그것을 미디어에 특화시켜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꼭 이루고 싶다는 욕망이 활활 타오르더군요. 농촌을 미디어에 담고 싶은 청년들이 로컬스토리를 거점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죠.

 

<간식을 즐기며 진행된 네트워킹 파티>

 

멘토링 캠프의 묘미는 소셜벤처를 준비하는 이들과의 네트워킹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 일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서로의 창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의견을 주고 받다보면 소셜벤처 경연대회의 경쟁자라기보다 동료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권역대회를 거치면서 친해진 몇몇 팀과 맥주 한잔 하며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 갓 20살인 대학생부터 40대 후반 농촌 아저씨들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 창업 과정의 궁금한 점을 묻고,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그러다보면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권역대회에서 탈락 팀들은 전국대회 진출 팀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습니다.

 

<발표를 하고 있는 전국대회 진출 팀>

 

다음날 12개 전국대회 진출 팀들의 발표도 멋졌고, 이번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비록 탈락했지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재도전하는 팀들의 창업아이템도 모두 훌륭했습니다. 부산에서 농촌을 대상으로 공정여행을 준비하는 팀, 충북 괴산에서 농부들의 고객망을 공유하는 팀, 대학생들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팀, 장애인의 소통아이콘을 개발하는 팀 등 모두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느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습니다.

 

소셜벤처를 준비하는 다양한 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소셜벤처에 도전한 팀들이 모두 창업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각자가 자신의 지역과 활동영역에서 느낀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번 캠프에 참가한 모두 소셜벤처 경연대회의 슬로건처럼 ‘세상을 비추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꼭 실현되길 바랍니다.


* 이 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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