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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최신 미디어, IT 동향을 알 수 있는 블로터 컨퍼런스는 꼭 한번 참석해보고 싶었지만 10만원이 넘는 참가비가 부담스러웠다. 그림의 떡이었다.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 익균이가 같이 가자고 처음 제안했을 때만해도 '돈 없어서 못 간다'고 했다. 익균이는 충남시민재단에서 후원받은 청년커뮤니티 지원비로 컨퍼런스 참가비를 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고맙게도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 수연 씨도 우리 팀의 지원비를 컨퍼런스 참가비에 쓰는데 동의해줬다. 이 동료들이 너무 고맙다. 미디어협동조합(로컬스토리)을 준비하면서 이번 컨퍼런스는 하나의 변곡점이 될 정도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 촌놈 두 명이(익균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개량한복을 입고 왔다. 참 시골간지 나는 녀석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컨퍼런스 회의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족히 300명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사전신청해 현장접수 없이 매진됐다고 한다. '뉴미디어에서 배우는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이날 컨퍼런스 주제는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목마른 분야다. 


뉴미디어라는 보일 듯 말 듯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미 미디어는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변했는데, 과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이런 고민을 가진 젊은 20-30대들이 모였으리라 생각한다. 큰 회사의 SNS담당팀이든 우리 같은 시골뜨기 창업팀이든 이러한 고민을 하는 세대는 어차피 20-30대들이 대부분이다. 


거금을 들여 참석한 만큼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발언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타이핑했다. 웨버샌드윅코리아, 72초TV, 피키캐스트, ㅍㅍㅅㅅ, 메이크어스(딩고뮤직), 태그스토리(팟빵) 등 PR, 콘텐츠 회사들의 대표와 임원들이 최신 미디어의 변화와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사례를 발표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무렵까지 5분간 짧은 휴식을 가지며 속도 있게 진행됐다. 미디어와 콘텐츠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신천지였다. 


타이핑 자료와 PPT를 바탕으로 시간 날 때 컨퍼런스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블로그에 공유할 생각이다. 오늘은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느끼고 깨달은 점만 정리한다. 


- 기업 브랜드의 홍보 및 마케팅 채널은 이미 신문,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에서 SNS 등 소셜미디어로 넘어가고 있다.


- 글로벌(국내도 물론) PR기업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방식과 솔루션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


- 오리지널 콘텐츠와 광고 콘텐츠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광고라도 재밌고 공감을 사면 좋은 콘텐츠다.


- 소셜미디어 상 콘텐츠 마케팅은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 팬 커뮤니티부터 형성하고 세분화된 타깃을 대상으로 마케팅 한다. 


- 협업하는 콜라보레이션이 대세다. 광고 콘텐츠 제작도 콜라보레이션 한다.  


- 클릭, 방문자 수에 대한 수익모델은 이미 옛것이 되어버렸다. 네이티브 광고도 정답은 아니다. 스토리와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 효과로 가치를 높인다.  


- 모바일 시대의 콘텐츠 형식은 항상 변한다. 딩고의 사례처럼 세로 화면 동영상이 더 먹히기도 한다. 


- 디바이스, 유통채널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고민한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로컬스토리)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언제 지역시장까지 번질 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디어가 변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날 컨퍼런스 주제였던 '뉴미디어 콘텐츠 마케팅'의 정답은 없다. 지금 정답인 것 같지만 또 변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고, 그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반응하지 않는 형식은 버리고 더 좋은 형식을 찾는 과정이다.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익균이와 영등포역 근처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가 준비하는 미디어협동조합의 수익모델은 가능할까? 도시와 다른 농촌, 지역의 콘텐츠가 과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는 수익 외에도 어떤 가치가 있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도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마냥 잘 될 것처럼 들뜨기도 했다.  


컨퍼런스를 참석한 이후 미디어에 대한 시각이 넓어졌다. 희미하게 좇고 있던 미디어와 콘텐츠 변화 흐름이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역시 촌놈들은 가끔 상경해서 사람들도 만나고 공부도 해야 한다. 


그나저나 오늘 들었던 방대한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언제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지? 콘텐츠 창작자는 부지런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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