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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기

창업과 행복

소셜스토리텔러 2017. 7. 20. 04:15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든 회사.

내가 행복해지기 만든 회사.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돈보다는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일 거다. 물론 시골에서도 돈이 필요하지만, 돈으로 행복을 사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시를 떠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로컬스토리는 직원협동조합이다. 직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 직원들을 위한다는 말도 너무 포괄적이다. 직원들이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로컬스토리였으면 좋겠다. 


요즘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것과(나를 포함해서) 기업의 생존가능성, 성장가능성을 두고 고민한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간다면 직원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문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서 이뤄지는 과정도 과연 행복한가라는 문제다. 


물론 완벽한 행복이 있겠는가. 이제 창업한 지 석 달밖에 안 되는데 과정까지 행복하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다. 전제는 기업의 생존이어야 한다. (로컬스토리가 없어지면 이런 행복한 회사를 추구하지도 못하므로. 더 나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다.) 하지만 순간 순간 힘들더라도 직원들이 생활이 예전보다 더 행복해졌는가가 로컬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척도여야 한다. 


솔직히 창업이라는 것이 정말 힘들지만, 귀촌한 이후 지금이 상대적으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뭐, 예전에도 매 순간 행복을 느낀 것 같다.) 


귀촌해서 지역신문에 다닐 때,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에서 10분으로 줄어서 행복했고,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아내와 어린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매주 마감날이면 새벽에 퇴근해야 했고,

쓰고 싶지 않은 기사를 써야 할 때도 있었고

회사 내에서 싸워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럴 때 꼭 불행했던 것은 아니다.)


로컬스토리를 창업한 이후에는 

4시에 퇴근해 학교 다녀온 아이들 마중 나갈 수 있어서 행복하고

(요즘에는 일이 많아져서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이렇게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행복하고,

(쓰기 싫은 글을 쓰지는 않지만, 써야 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아내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져서 행복하다. 


가장 큰 행복은 내 삶을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것 아닐까. 



행복만큼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주제는 없는 것 같다. 각자 느끼는 행복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의 나라 부탄 같은 나라에서는 몇 십가지의 행복의 척도와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정해놨다고 한다. 로컬스토리도 서로 행복의 기준이 다르지만 그중의 공통점을 몇개를 뽑아 보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시골에서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까?

시골에서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까?

행복한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 순간의 고통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하지만 요즘은 시간이 없다. 여유야말로 행복의 전제조건 비슷한데 말이다. 일에 치여서 주변을 둘러볼 세도 없다. 아니 일만 처리하기도 벅한 시기다. 벅찬 일정에 힘들어하는 동료가 생긴다. 


힘들더라도 함께 하는 자체가 행복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힘에 부친 일을 몰아치며 같이 가자고 할 수는 없다. 건강도 행복의 중요한 기준이다. (솔직히 요즘 이렇게 몸을 쓰다가 병이 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나도 한다. 이제 삼십대 후반이니 말이다.)


아내가 그랬다. 


"미디어, 콘텐츠 쪽은 젊은 20대들이 밤새면서 일하는 그런 분야잖아. 그런 일을 30대 후반에 그것도 시골에서 하려고 하는 거야. 우린 하루만 밤새도 며칠동안 피곤해지는 나이잖아."


어쩌면 시골에서 3D업종을 하면서 여유와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고, 영상만들고, 라디오 방송하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지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돈이 되지 않는지(그래서 3D업종인 거다.) 잘 모르고 시작한 것은 아닐까. 


3D업종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하나 더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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