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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노트

지역 청년들 협동조합 창업을 꿈꾸다

소셜스토리텔러 2016. 5. 25. 13:38


[참관기]대전서 창업워크숍, 몬드라곤 마틴 교수 강연과 디자인씽킹



취업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는 바늘구멍입니다. 그 구멍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원하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요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포털이나 소셜분석사이트에 ‘창업’을 치면 ‘청년’이 연관키워드로 뜹니다. 예전보다 노력 대비 성공확률이 낮아진 취업을 준비할 바에,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보자. 실패하더라도 도서관에 앉아서 취업 준비하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거야.’라는 심정으로 창업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돈도, 실력도, 경험도 부족합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는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너무나 취약합니다. 이러한 ‘청년창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경제’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의 기업들은 경쟁하기보다 서로를 돕습니다. 새싹 같은 ‘청년창업’ 팀을 키우고 돕고자 하는 사회적경제 선배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서로 돕는 구조를 튼튼히 만들어야 일반 시장경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창업 워크숍에 모인 다양한 꿈

 

대전 ‘협동의 집’에서 지난 21일 ‘2016 청년 협동조합 창업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청년 협동조합 창업 공모전(자세한 내용 보기)'을 준비하거나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의 이해를 돕고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 지역의 다양한 청년창업팀들이 참가했습니다. 로컬푸드와 커뮤니티 공간을 결합하려는 창업팀, 로컬콘텐츠를 통해 농촌과 청년을 연결해보고 싶다는 창업준비생, ‘태양열컵’ 발명을 준비하는 대학교 창업동아리, 고학력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대학원생, 장애인 작업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유통망을 구축하고 싶다는 특수교육과 대학생 등 공주, 세종, 홍성, 금산, 대전 등지에서 온 청년들의 다양한 꿈이 모였습니다.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창업하기에 협동조합이 손쉽다고 하지만 협동조합이 도대체 무엇인지,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주식회사에 비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날 협동조합 보드게임으로 친해진 워크숍 참가자들은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 후안호 마틴 교수의 강연과 그룹토의, 넷임팩트 이형기 대표의 디자인씽킹으로 협동조합 창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습니다.


 

공유된 소유권, 협동조합 간 협업의 힘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협동조합그룹’은 협동조합의 세계적인 대표주자로 손꼽힙니다. 이로운넷 이경숙 대표가 쓴 ‘산타와 그적들’이라는 책에 따르면, 몬드라곤은 111개 협동조합, 120개 자회사 등 총 255개 사업체를 보유한 기업집단이며, 연 매출 150억 유로 규모로 스페인에서 9번째로 큰 대기업입니다. 직원 수는 8만5000명으로 스페인 3위 규모라고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스페인 기업 중 26%가 도산했지만, 몬드라곤은 오히려 일자리를 늘였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날 워크숍에서 몬드라곤 대학 마틴 교수는 ‘공유된 소유권’과 ‘협동조합 간 협업’이라는 두 가지 열쇠말로 협동조합의 저력을 설명했습니다. 몬드라곤의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려면 1만5000유로(약 2000만 원)의 출자금을 낸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출자금을 낸다면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출자금의 금액에 상관없이 1인 1표로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이러한 조합원의 책임의식과 평등한 권한이 협동조합의 발전을 이끌어 냅니다.

 


‘협동조합 간 협업’은 지속가능성을 견고하게 해줍니다. 마틴 교수가 설명한 협업은 3가지 방식입니다. 첫째 연대기금. 몬드라곤 그룹의 개별 협동조합은 사업 이윤의 2%를 연대기금으로 모읍니다. 재정이 악화된 협동조합에 이 기금을 지원합니다. 두번째 상호 고용협조. 한 곳의 협동조합이 구조조정으로 직원(조합원)들의 고용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다른 협동조합이 그 직원들을 고용합니다. 셋째 공동 프로젝트. 개별 협동조합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신사업을 개척합니다. 새로운 협동조합이 탄생하면 새로운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그야말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협동조합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는 겁니다.

 

“지난 60년 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비결이 연대가치와 상호협업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누구 한명 해고 하지 않고 성장해 왔습니다. 사람과 자원 사이의 협업이라는 것이 한국에서는 충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협동조합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협동조합이 생기고 서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두 팀으로 나눠 마틴교수가 제안한 롤플레이 게임을 했습니다. 각 협동조합의 재정, 고용상황을 가정해 위기에 처한 협동조합을 어떻게 회생할 지 방안을 찾는 게임입니다. 45분간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답을 모색했는데, 의외로 답은 간단했습니다. ‘조건 없는 상호 고용과 재정지원’이었습니다. 물론 임금삭감 등 위기에 처한 협동조합의 자구책, 신사업 개발도 중요했습니다.

 

디자인씽킹, 함께 답을 찾아가는 방법론

 

창업팀은 해결해야 할 당사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사회적 미션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그렇게 도출된 사업 아이템이 비즈니스 모델로 가능한지를 검토합니다. 팀 창업을 준비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로의 의견을 모으고 정리해서 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넷임팩트 이형기 대표의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팀원들의 의견을 놓치지 않고 그 속에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날 직접 참가한 디자인씽킹 프로그램과 이형기 대표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결해야할 문제, 또는 창업 아이템에 대해 난상토론을 펼칩니다. 난상토론은 개별 팀원들이 각각 준비해온 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수준이 높아집니다. 한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면 나머지 팀원들이 중요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습니다.(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내부 의견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전문가 리스트를 정리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합니다. 전문가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포스트잇에 옮깁니다.

 

여러 의견이 담긴 포스트잇을 어울리는 것끼리 그룹으로 묶습니다. 각각의 그룹을 대표할만한 키워드를 찾습니다. 각 키워드에 ‘왜?’라는 질문을 붙입니다. 이에 대한 답을 수차례에 걸쳐 찾습니다. 그렇게 찾은 대답의 패턴을 찾고, 이를 통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재정의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찾고, 이렇게 도출된 아이디어는 비즈니스모델캔버스를 통해 정리합니다. 글만으로 이해가 안 가신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 단체에서 제공하는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보길 권해드립니다.

 


워크숍의 꽃, 인적 네트워크 쌓기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네트워킹 파티까지 이어져 어두워진 오후 9시 무렵까지 이어졌습니다. 워크숍의 꽃은 네트워킹 파티죠.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서로 친해져 있습니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업 아이템을 공유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 찾기도 했습니다. 각자 활동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오갔습니다. 이미 협동조합을 창업한 멘토들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주기도 했습니다.

 

취업 준비에 지쳤거나, 뭔가 다른 나만의 방식으로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이라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여러 워크숍에 참석해보는 건 어떨까요? 워크숍의 교육내용도 도움이 되지만, 나의 고민을 함께 해결주려는 착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 자원은 창업 과정뿐만 아니라 사업을 런칭했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돈도, 경험도, 능력도 부족한 청년들에게 가장 큰 가능성은 ‘사회적경제’ 영역에 있는 인적네트워크 일지도 모릅니다. 이날 마틴 교수님이 강조한 협업의 힘. 여러분도 함께 하면 그 힘은 더 강해질 겁니다.



* 이 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 보기>

협동조합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을 위한 '2016 청년 협동조합 창업 워크숍'|작성자 se365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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